7 minute read

대학 강의에 대한 회의

내 1학년 성적은 4.5 다. 그 때는 (거의) 모든 과목이 진심으로 좋았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는 별도로 노력하지 않아도 줄줄줄 외울 수 있는 것 처럼, 공부할때 배우는 개념을 받아들이는게 참 자연스럽고 편했었다. 그때는 내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교육이 대학 수업이었다. udemy, coursera 같은 게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전공과목에 회의를 품은 건 2학년 1학기 때였다. 주류 경제학이 제시하는 답들이 실제 우리의 삶에서는 거의 무용지물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두 개의 나라밖에 없다고 하자” 같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강한 가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실제와 관련이 없다면 싫다.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는 학문이라면 배우고 싶지 않다. 그때 마음속으로 전공 공부를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프로그래밍과 만났던 계기가 되었다. “주어진 길”이 아니라 “더 나은 길” 을 찾으려고 했던 결과였다. 순식간에 프로그래밍에 빠져 들었다. 그 이후로 4년이 지났다. 한참을 돌고 돌아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이번에는 무역학부가 아니라 컴퓨터 공학부의 수업에 회의감이 든다.

학교를 다니면서 “이 쓸데 없는 걸 대체 왜 배우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내용들중 대부분은 진짜로 쓸모 없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래밍 입문” 수업에서는 그렇게도 순서도를 강조하더라. 정말 순서도를 잘 그리는게 알고리즘을 잘 푸는 것과 상관 있을까? 의문이었다. 이젠 알고리즘 수업에서 ADL을 강조한다. 수업에서 이 용어를 처음 들었다. C도 아니고 슈도 코드도 아닌 것이… ADL 을 꼭 먼저 쓰고 파이썬 코드로 옮겨야만 할까? 역시 의문이다.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게 아닐까? 꼭 순서도나 ADL 같은 “유사 문법” 에 능숙해져야만 그 다음 단계인 진짜 문법을 배울 수 있는 걸까? 납득할 수 없다.

혹자는 물을지 모른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질 게 있었던 거 아닌가요? 학교 수업에 뭐 그렇게 바라는 게 많아요?” 아니 난 결코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없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들과 바꾼다. 연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을 시간이고, 건강을 위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말고사를 치고 나면 싹 잊어버릴 것 들을 공부하느라 희생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포기할 수 있는 용기

왜 실리콘 밸리의 훌륭한 기업가들중에 장기 휴학(자퇴)을 한 사람이 많을까? 그들이 진정 훌륭한 사람들이 맞다면 사업도 하면서 일도 같이 할 수 있었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 역량이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해 봤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야말로 역량이다” 내가 여태 두려워 했다는 것을 알았다. 학점을 포기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에게 “성실하지 않다”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그게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스스로 정할 것이다.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가치 없는 일은 과감히 포기할 것이다. 내 소중한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할 것이다. 진정으로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겠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공부를 하곘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밀어 붙이겠다. 왜냐면 덜 중요한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역량이니까.

라이너스 폴링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저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일만 해왔을 따름”

Categories:

Updated:

Comments